모든 사람들의 옷장에는 블랙이 빠질 수 없다. 내 옷장 또한 블랙 슬랙스, 블랙 스커트, 블랙 진, 블랙 셔츠, 블랙 티셔츠, 블랙 운동화 등 80% 이상이 블랙 컬러인 옷으로 꽉 차 있고, 즐겨 입곤 한다. 마치 교복처럼 입는 색이라고 볼 수 있다.
확실히 블랙은 파워풀하다. 전문성과 권위를 살려주기도 하며 그 어떠 원색도 너무 튀지 않게 정리해준다. 눈의 띄지 않으면서 섹시해 보이는 거의 유일한 색이다. 가령 한쪽 어깨가 드러난 톱을 입더라도 블랙은 우아하다. 하지만 파리나 뉴욕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서구에서 그리 환영받는 색이 아니다. 백인들의 핑크 톤 피부엔 자칫 뱀파이어처럼 보여 너무 무거운 느낌이고, 흑인들에겐 개성을 드러낼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다.
블랙의 마력은 대단하지만 나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지, 어떻게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꼭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블랙을 어떻게 입어야만 내것으로 완벽히 소화시킬 수 있는지 얘기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첫 번째. 활용도 높은 단품 위주로 스타일링할 것
블랙 아이템은 실루엣이 확연히 드러나 보이기 때문에 자신 있는 부위부터 단품으로 블랙 아이템을 더해가는 것이 좋다. 특히 팬츠, 톱, 카디건 같은 작은 단품은 무수히 많은 컬러풀한 아이템과 믹스 앤 매치할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아이템이다. 모두가 찬양해 마지않는 '리틀 블랙 드레스'는 사실 위험하다. 둥그스름한 어깨선이나 튀어나온 뱃살까지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오드리 헵번의 것처럼 똑 떨어지는 것일수록 은근히 다른 아이템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블랙 코트 역시 생각보다 스타일링이 까다롭다.
두 번째. 블랙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내보자
블랙 아이템은 입은 부위의 부피감을 확 줄여주기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가 훌륭하다. 허리가 굵다면 굵은 블랙 벨트가, 어깨가 넓다면 블랙 볼레로가, 하체비만이라면 블랙 팬츠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단, 가죽이라면 스웨이드나 누벅, 천이라면 면이나 t/c(면 혼방)처럼 무광 소재여야 한다. 똑같은 블랙이라도 실크 새틴이나 스팽글 등 광택 소재는 부피감이 있다. 이런 성질들을 이용해 광택과 무광택 소재를 적절히 배치하면 날씬하면서도 세련되게 블랙을 연출할 수 있다. 만약 어깨가 튼실하고 허리가 비교적 날씬하다면 무광 저지 톱에 스팽글 벨트를 두르고, 페이턴트(에나멜) 소재의 가방을 들어 시선을 광택 소재 쪽으로 돌리는 것이 좋다. 온몸이 문제라면 전체적으로 무광택 블랙 의상을 입고 화려한 펄 메이크업을 해서 시선을 돌리는 방법도 있다. 더 쉬운 방법은 컬러풀한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빨간 구두의 골드 뱅글 정도만 해줘도 굉장히 스타일리시해지며 시선이 그 부위로 가기 때문에 블랙 부위는 상대적으로 날씬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 요인도 없이 온몸을 같은 소재의 블랙으로 뒤덮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 마치 거대한 검은 자루에 담긴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세 번째. 까다로운 스타일을 시크하게 소화하라
활용도가 높은 블랙 아이템은 더욱 신중하게 고르고 관리해야 한다. 무조건 비싼 것을 장만하라는 것이 아니라 바느질, 소재, 라인 등이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야 다른 아이템을 받쳐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밥이나 보풀이 생길 가능성이 높거나 먼지가 쉽게 붙는 것, 실루엣이 변형되기 쉬운 것은 처음부터 사지 않는다. 가능하면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보다 베이식 한 것이 좋다. 잘 산 블랙 재킷 하나 걸치고 안에 섹시한 톱을 입어주고 스키니 진을 입어주면 최고의 블랙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네 번째. 과감한 컬러 매치를 즐겨라
유명 디자이너들은 블랙과 다른 컬러와의 엉뚱한 매치를 즐긴다. 블랙을 즐겨 쓰는 대표적 브랜드로는 에밀리오 푸치와 프라다, 앤 드멀메스터와 드리스 반 노튼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자는 블랙을 바탕으로 화려한 원색과의 대비를, 후자는 블랙 자체의 질감과 경중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블랙과 어울리는 과감한 조합 컬러
푸치 프린트X블랙
블랙이 들어간 화려한 프린트와 블랙의 조화는 예술적이며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의 느낌을 준다.
베이지 X 블랙
재클린 케네디나 <사브리나>에서의 오드리 헵번처럼 지적이며 모던한 도시 여인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핫 핑크 X 블랙
핫 핑크의 가벼움을 단번에 섹시하고 모던하게 정리해준다.
어두운 녹색 X 블랙
언뜻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깊이 있는 노랑이나 레드 가방 혹은 구두로 포인트를 주면 이탈리아 예술가처럼 멋지다.
화이트 X 블랙
화이트 아이템을 입은 부위를 최대로 팽창시키고 블랙 부위를 최소화한다. 실버나 골드 액세서리로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실버 X 블랙
미래적이고 도시적이다. 소품은 골드 아이템과 섞지 말고 실버로 통일하거나 생략하는 것이 좋다.
보라 X 블랙
어떤 촌스러운 보라도 블랙을 만나면 신비롭고 시크해진다. 여기에 반짝이는 블랙 페이턴트 가방이나 두툼한 브라운 통가죽 가방을 더해도 잘 어울린다.
레드 X 블랙
이루 말할 수 없이 섹시하다. 특히 피부과 흰 사람이 선명한 레드와 블랙을 입으면 화장을 하지 않아도 화려해 보인다.
이렇게 블랙을 잘 입는 방법에 대해 짧게 알아보았다. 사실 블랙을 잘 입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어떤 베이스로도 잘 어울리는 컬러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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