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비건(vegan: 비동물성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채식주의)이 아니라면 일생에 한 번은 걸치게 되는 가죽. 가죽을 모르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피곤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렾에 아빠가 가지고 있는 가죽재킷을 보며 나도 멋있는 가죽 재킷을 하나 가지고 싶어서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바글바글하는 인파를 뚫고 가죽 의류 행사장을 찾았을 때 첫눈에 반한 건 로열 블루 잉크처럼 새파란 토스카나였다. 칼라는 여우 털이고 40년대 디올의 뉴 룩처럼 어깨가 둥글면서 소매가 부푼 우아한 다지 안이었다. 70% 할인이란 말이 기뻐하며 80만 원을 써버렸던 것이다.
결국 그 옷은 10번도 채 입어보지 못했다. 처음 새파란 토스카나에 까만 벨벳 모자, 같은 색 벨 보텀 팬츠를 입고 돌아다녔을 때 사람들은 날 외국에서 온 사람 취급했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가능한 우아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옷은 너무나도 아방가르드하고 더웠다. 반드시 혹한에서의 조건이 포함된 옷이었던 것이다.
곧 유행이 바뀌어 아주 내추럴한 색감에 극단적으로 슬림한 라인이 거리를 장악했고 그 옷은 결국 나에겐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세탁에는 매번 10만 원이 들었고 감동적이었던 로열 블루는 짓밟힌 파란 분필처럼 변해갔다. 부모님이 말한 건 평생 입을 수 있는 베이식하고 질 좋은 가죽 재킷이었던 것이었던걸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은 쓰지 않는 메이드 인 인디아의 가죽 벨트에서는 쉴 새 없이 소똥 냄새가 난다. 장난처럼 엉덩이 가죽으로 만들었나 생각하고 착용하지만 냄새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가죽을 잘 사고 제대로 입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대문 시장 제품부터 에르메스나 페라가모에 이르기까지 가죽에 대한 센스와 안목이 없으면 십 년이 괴로워진다. 잘 입으면 부티 나고 섹시하지만 못 입으면 한 순간에 조폭이나 변태로 전략하는 게 가죽이다.
제대로 된 가죽 아이템이라면 반드시 가죽의 종류의 가공방법을 표시한다. 그것은 가죽의 특징과 원가, 관리 방법 등 모든 것을 설명 하는 암호다. 영어로 표기하는 게 보통이라고 읽고 해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음의 용어는 기본적으로 알아두자.
가죽의 종류와 용어
소재
하이드 hide - 성숙한 소. 말. 낙타 등과 같은 큰 동물의 가죽
스킨 skin - 큰 동물이라도 새끼의 것이나 양. 산양과 같은 중소 동물의 가죽
카프 스킨 calf skin - 생후 6개월 이내의 송아지 가죽, 얇고 모공이 작으며 부드럽다. 소가죽 중에서 가장 부드러워서 고급 핸드백이나 구두, 의류에 사용한다.
킵 스킨 kip skin - 생후 6개월 ~ 2년 정도의 소가죽, 카프보다 질기고 두꺼우며 거칠지만 핸드백, 구두, 의류에 사용할 수 있다.
카우 하이드 cow hide - 생후 2년 정도의 암소 가죽, 두껍고 질기다. 루이뷔통 모노그램 라인의 손잡이가 바로 카우 하이드
스티어 하이드 steer hide - 생후 3~6개월에 거세하고 2년 이상 자란 수소 가죽. 카우보다 두껍다
불 하이드 bull hide - 생후 3년 이상의 번식용 수소 가죽, 소가죽 중에서 가장 두껍고 질겨서 주로 신발 밑창으로 사용한다.
돼지가죽 pig skin - 마찰에 강하며 싸고 실용적인 소재. 표면이 예쁘지 않아서 대부분 스웨이드로 가공한다.
램 스킨 lamd skin - 어린 양가죽. 얇고 부드러워서 장갑이나 지갑에 주로 사용한다.
키드 스킨 kid skin - 새끼 염소가죽. 램 스킨보다 질기지만 소가죽보다 부드러워서 의류나 핸드백에 사용된다.
호스 스킨 - horse skin - 말가죽, 특히 말의 엉덩이 부위를 탄닌 무두질한 코도반(cordovan)은 질기고 튼튼해 신사화에 쓰인다.
캥거루 kangaroo - 튼튼하면서 부드럽고 가벼워 고급 구두에 쓰인다.
오스트리치 ostrich - 타조가죽. 깃털 구멍에 돌기가 있어 독특한 질감과 무늬가 있다. 고급 핸드백이나 의류에 쓰인다. 모공과 돌기가 일정할수록 고급이다.
파이톤 python - 비단구렁이 가죽. 야성적인 무늬와 질감이 특징이다. 고급 핸드 백와 클러치, 구두 등 장식성이 강한 소품에 주로 사용된다.
엘리게이터 alligator - 악어가죽. 문양이 아름답고 염색과 가공이 어려워 최고급 핸드백과 구두에 쓰인다. 문양이 좌우 대칭이며 흠이 없는 뱃가죽이 가장 비싸다.
가공 방법
페이턴트 patent - 가죽에 에나멜 도료를 발라 플라스틱처럼 반짝이게 한 것. 합성 피혁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patent leather라고 표시돼 있으면 천연 가죽이다. 수분에 강하고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샤무아 chamois - 어린 사슴가죽. 양가죽 등을 동식물 기름으로 무두질한 것. 안경 닦개처럼 가볍고 부드러우며 촉촉하다. 세무의 어원이 됐다.
나파 napa - 털을 녹이고 매끈하게 가공한 가죽. 가장 일반적인 가공 방법.
스웨이드 suede - 보통 세무라고 알려져 있다. 가죽의 안쪽 면을 브러싱 해 일으킨 것. 소가죽만 빼고 모든 가죽으로 만들 수 있다. 가볍고 부드럽지만 때가 쉽게 타고 강도가 떨어진다.
누벅 nubuck - 가죽의 털을 제거하고 사포로 문질러 기모를 일으킨 것. 스웨이트보다 부드럽고 보슬보슬하다. A등급 양가죽이나 소가죽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원가가 높다. 스웨이드처럼 때가 잘 타는 편이다.
슈렁큰 shrunken - 약품으로 수축시켜서 쭈그러진 효과를 준 것. 빈티지 느낌을 줘서 캐주얼 브랜드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가죽 자체는 좋은 것을 쓰지 않으며 두껍고 무겁다.
엠보싱 embossing - 가죽 표면을 눌러 무늬를 만든 것. 중저가 브랜드에서는 소가죽에 엠보싱 처리를 해 악어가죽처럼 보이게 한 제품이 많다.
펄 pearl - 가죽 표면에 금속 빛이 나는 염료를 코팅한 것.
무스탕 double face - 생후 1년 전후의 양가죽을 가죽과 털 양면을 그대로 가공한 것. 바깥쪽은 스웨이드이고 안쪽은 모피가 다듬어진 상태다. 같은 무스탕이라도 원피의 등급과 원산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토스카나 toscana - 생후 6개월 미만의 어린양을 털과 함께 가공한 것. 무스탕보다 털이 길고 겉면은 스웨이드나 나파로 처리된다. 무스탕보다 고급이며 가볍고 착용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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